특히 의사 중에는 ‘이것이 절대로 올바른 답이다’라고 단정 짓는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 그것도 5년 후, 10년 후에는 뒤집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니 더욱, 세상에는 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존경하는 의학자이고 해부학자인 요로 다케시 선생은 “세상이 이론대로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라며 담배를 뻑뻑 피우면서도 그토록 건강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오랜 시간 의사로 활동하다 보면 정말로 세상은 정석대로 되지 않음을 실감한다. 머리가 좋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응용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정답을 구하는 데 매몰되지 않고, 때로는 이론이나 예측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며 방향을 전환하는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게 가능한 사람은 시대와 함께 세상의 정답이 변할 때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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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놓이면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떨어진다. 아무리 젊어도 ‘시키는 대로 한다’, ‘전례에 따른다’에 끌려 살면 전두엽은 가동하지 않기 때문에 점점 기능이 둔해졌을 것이다. 그랬던 생활 방식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운 감성이 허락되니 이게 바로 시니어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감정 억제와 스트레스는 뇌에 해악을 끼친다. 모처럼 ‘상식과 제약에 구애받지 않을 자유’를 손에 쥐었으니 가슴을 쫙 펴고 당당히 내 길을 걸어가자. 이것이 전두엽에는 더없이 좋은 보약이다. 그리고 한창 일할 때보다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나는 것 또한 시니어의 장점이다. 나는 종종 “자신이 천재가 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게 중요하다”로 말하곤 하는데, 예를 들면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데려와서 “이 아이를 천재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한다면, 나는 “그렇다면 100가지 정도를 배우게 하십시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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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지도를 떠올리며, 그중에서 최고의 경로를 찾는다. 이처럼 ‘정보를 기억하고, 그것을 다시 꺼낸다’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 온 결과, 그들의 해마 속 신경세포는 증가했으며 크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뇌는 어떻게 훈련하는가에 따라 나이와 관계없이 발달할 수 있고, 베테랑 택시 기사의 사례처럼 젊었을 때보다 기억의 용량도 키울 수도 있으며, 기능을 향상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육체의 근력처럼 기억력과 사고력도 사용하지 않으면 당연히 떨어진다. 그렇기에 더욱 ‘이제 나이가 나이인 만큼’이라며 마이너스적인 자기암시를 걸어가며 포기하지 말고,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지’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뇌를 단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실천하면 결과는 자연히 따라올 테고, 그리될 수 있다는 희망은 일상생활에 활력도 가져다줄 것이다.
--- p.64

세상의 상식이란 것에 그리고 이에 따르라는 동조압력에 휩쓸리지 말고 ‘모두가 그렇다 하는데, 그게 정말 올바른 걸까?’라며 생각해 보는 것은 훌륭한 뇌 트레이닝이다. 조금은 오만해 보일지 모르지만, 세상 사람들이 당연하다 믿는 것에 대한 ‘트집 잡기’에 도전해 보자. ‘이런 관점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태클을 걸어 보는 거다. 텔레비전의 정보 프로그램이 아주 당연한 듯이 무언가를 주장하고 있으면 그것을 맹신할 게 아니라 우선은 의심해 보는 것이 전두엽 기능 활성화에 이상적이다. 그러다가 반론할 만한 생각이 떠오르면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도 모아 보자.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누구든지 간단하게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있고 진위도 파악할 수 있는 시대다. 자동 번역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해외 논문까지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정보에 다가가서 다면적으로 사물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과정은 뇌에 자극을 준다.
--- p.81

다시 말해 젊은이들이 시니어와 대화할 때 듣고 싶은 이야기는 그 사람 고유의 스토리와 인생관이 아니겠는가 이 말이다. 그저 지식밖에 얻지 못한다면 굳이 그에게 묻기보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면 충분하니까 말이다. 지금까지의 긴 인생을 통해 쌓은 경험과 지혜는 시니어 세대가 가진 최강의 장점이다. 이를 살려서 독창적인 생각과 발상을 발휘해 보자. 젊은이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사상가가 되어 보자는 말이다. 독창적인 사고가 가능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가 몇 살이 되어도 매력적으로 느껴지고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모여들 것이다. 실제로 인지심리학에서도 ‘머리가 좋다’는 것은 지식이 많은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활용해서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여긴다. 지식 습득 자체가 아니라 그 지식을 어떻게 자신만의 관점으로 멋지게 발전시켜 나가는가 하는 부분에서 그 사람의 지성이 드러난다.
--- p.125

나에게 들어오는 정보와 지식을 나만의 관점에서 새롭게 구성하고 조합하는 힘은 ‘좋은 머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우리에게는 생각의 자유가 있다. 그럼에도 미디어가 발신한 것이나 사람들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습관은 고스란히 사고(思考)의 정지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세상에서 하는 말들을 맹신하지 말고 일단은 이의를 주장해 보는 습관을 들여서 사고력도 갈고닦고 독창적인 발상을 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라디오에서, 한 사람이 중국의 공산당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는가에 초점을 두고 그 공포스러움을 말했는데, 다른 사람이 그걸 그대로 받아서 ‘공산당은 무서워’라고 말하는 걸 듣고 좀 단편적인 사고가 아닌가 했던 적이 있다. 듣다 보니 그 라디오 코너에서는 공산당이 얼마나 위험한 정당인가로 화제를 슬쩍 전환하려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무서운 것은 공산당 자체가 아니라 당시의 지도자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공산당을 포함한 좌파 연합이 가장 큰 정치 세력이니 말이다.
--- p.131

품평이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진 덕분에 그는 와인 평론의 거장이 되었고, 현재는 그가 만든 ‘파커 포인트’라는 평가 방법으로 와인이 채점되고 있다. 만약 그가 무척이나 까다롭고 섬세한 맛을 즐기는 독특한 기호의 사람이었다면 그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출중한 재능이 있는 사람만 세상을 바꿀 히트 메이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천재라서 방해가 되는 일도 있다. 절대 미각 같은 예민한 감각보다 지극히 일반적인 대중의 입맛에 싱크로 할 수 있는 평범한 감각이 세상을 바꾸는 경우마저 다분히 있는 것이다. 작품이나 상품에 대한 세상의 평가도, 성공한 사람에게 요구되는 소양도 시대가 변하듯 점점 변한다.
--- p.164

물론 그 역시 평소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겠지만,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순간적으로 재미있는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 빠른 전환력이 그야말로 대단하다. 게스트가 아무리 평범한 사람이라도 재치 있는 애드립을 구사해서 게스트만의 유니크한 부분을 부각하니, 정말 희귀한 재능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을 듣고 ‘역시 선천적인 게 크구나’라며 실망할지 모르지만, 이 책을 읽고 있는 시니어 독자는 아키시마 산마처럼 방송계의 최고봉을 추구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전혀 천재를 목표로 할 필요가 없으며, 천재는 될 수 없다고 자각하는 편이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천재는 되지 못할지라도 노력과 습관을 지속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머리가 되는 건 가능하다. 그 결과로써 똑똑하고 현명한 할아버지, 할머니라는 찬사를 듣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 p.170

상냥한 표정을 짓는다거나 말하는 방식을 바꿔 본다거나 아니면 “저는 존경하는 사람 앞에서는 얼굴이 붉어집니다”라며 먼저 상대방에게 말을 건네어 본다 같은 어드바이스를 한다. 질병에 걸렸을 때도 이러한 사고가 가능하면 바로 거기부터 앞날에 대한 삶의 방식이 바뀌기 시작하지 않을까. 물론 질병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게 어려워졌을 때 대한 것이다. 만약 회복의 전망이 어둡다면, 그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해야 앞으로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병마와 싸우다 즉, 투병이 아니라 병마와 함께 산다는 ‘공병(共病)’의 정신으로 질병을 잘 길들이면서 살아가는 침착하고 평온한 정신이 시니어에게 필요하다.
--- p.193

동생과 비교하면 형이 잘생겨서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공부는 동생이 형보다 훨씬 잘해서 명문 중학교에 떡하니 합격했는데, 그러자 주위 어른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그때 동생은 어떻게 느끼는가 하면, 이 경우도 앞서 말한 예쁜 소녀 케이스처럼, ‘내가 공부를 잘해서 가치가 있을 뿐, 애초부터 나는 결코 형을 이길 수 없다’는 굴절된 생각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세워 우쭐대고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바보 취급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평소에 ‘아이를 키울 때 조건을 붙여서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왔다. 즉, ‘얼굴이 예뻐서, 성적이 좋아서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게 아니라 네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 p.229